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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찍이 초고령 층으로 들어선 일본의 노인층에서는 일찍이 센류 짓기가 유행이 되고 있죠.

    센류는 각계각층에서 인기 있지만 특히 노년층과 직장인들에게 인기인데요.

     

    아무래도 노년층은 살아온 세월에서 느끼는 홀로 된 독신이나 부부의 생활상에서 그리고 젊은 층은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이 센류를 통해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죠.

     

    촌철살인의 몇 글자로 공감을 얻어내는 문자의 힘,

    그리고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문장의 원활한 흐름.

     

    이것이 곧 센류의 특징이자 장점이겠죠.  

     

     

     

    일본의 어느 공원에서

     

     

    1. 형식

     

     

    센류는 짧은 17음절로 이루어진 일본의 정형시입니다. 5-7-5의 음률을 가지는 점은 하이쿠와 동일하지만,

    자연을 노래하는 하이쿠와 달리 인간의 삶, 사회 현상, 풍속 등을 익살과 풍자를 담아 표현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센류의 형식적인 특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음수율 (音数律) 또는 음률

     

    5-7-5의 총 17음절로 구성됩니다.

     

    각 구는 첫째 구(五), 둘째 구(七), 셋째 구(五)의 음절 수를 지킵니다.

     

    다만, 엄격하게 음절 수를 지키기보다는 대략적인 기준이지 꼭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로는 1, 2음절 정도의 차이가 있는 작품도 인정되기도 합니다.     

     

     

     

     계절감 (季語 - きご) ,  계절과 관련된 글자

     

     

    하이쿠에서는 필수 요소인 계절을 나타내는 단어, 즉 계어(季語)가 없습니다.

     

    센류는 계절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어서 부담 없이

    글을 지을 수 있습니다.

     

     

     

     

     끊어짐 (切れ - きれ)

     

     

    하이쿠에서처럼 의미의 끊김을 나타내는 기레지(切れ字)가 원칙적으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센류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흐름 속에서 의미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현의 특징

     

     

     

    익살 (洒落 - しゃれ): 재치 있는 말이나 언어유희를 사용하여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풍자 (風刺 - ふうし): 사회의 부조리나 인간의 어리석음 등을 비판하거나 살짝 꼬집기도 하죠.

     

    해학 (諧謔 - かいぎゃく): 유머러스하고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즐거움을 줍니다.

     

    인간미 (人間味 - にんげんみ): 일상생활 속의 소소한 감정이나 인간적인 면모를 따뜻하게 그려내어서 감동도 주죠.

     

     

    요약하자면, 센류는 5-7-5의 음수율을 가지는 짧은 시 형식이지만, 계어나 기레지와 같은 제약 없이 인간과 사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익살과 풍자를 담아 자유롭게 표현하는 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이쿠와 형식은 비슷하지만 그 내용과 정신은 사뭇 다르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2. 최우수 수상작 소개

     

     

     

     

     

     

    그렇다면 어떤 작품들이 입선을 하는지 살짝 맛을 볼까요?

    다음은 일본 방송사 NHK에서 주최한 작품들을 엮어 보았습니다. 

     

    NHK 전국 센류 대회 (NHK全国短歌俳句大会 川柳部門 最優秀賞)

    NHK에서 매년 개최하는 권위 있는 센류 대회입니다.

     

     

    2023년:

     

     

    작품 (일본어): スマホ見て  歩くカメより  遅い夫

     

    발음: スマホみて  あるくカメより  おそいおっと

     

    의미: 스마트폰 보며 걸어가네 거북이보다 느린 남편

     

    해설: 스마트폰에 집중하느라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안 그래도 걸음이 느린데) 느릿느릿 걷는

    남편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했습니다.  스마트폰에 빠져드는 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2022년:

     

     

    작품 (일본어): 無人駅  ポツンとベンチ  春の暮

     

    발음: むじんえき  ポツンとベンチ  はるのくれ

     

    의미: 무인역 덩그러니 놓인 벤치 위에  봄 저녁이 있네

     

    해설: 쓸쓸한 무인역의 풍경과 봄날 저녁의 아련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간결한 표현 속에 여운을 남기면서도 노인의 쓸쓸한 시선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2021년:

     

     

    작품 (일본어): ワクチンを  打ち安心の  独り言

     

    발음: ワクチンを  うちあんしんの  ひとりごと

     

    의미: 백신을 맞고 안심해하는 혼잣말

     

    해설:  covid-19 가 한참 기승을 부릴 때 코로나 백신 접종하면서 아~ 하면서 아파하는 말이 마치 스스로도 이제는 괜찮겠지~ 안도하는 개인의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냈습니다.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는 작품입니다.

     

     

    그 외 주요 센류 대회

     

     

     

     

    NHK 전국 센류 대회 외에도 다양한 신문사나 단체에서 센류 대회를 개최하며, 각 대회마다 독특한 시각과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이니치 신문사의 마이니치 센류, 요미우리 신문사의 요미우리 센류 등에서도 매년 우수한 작품들이 선정됩니다.

     

    이처럼 센류는 짧은 형식 속에 각 시대의 모습과 사람들의 감정을 재치 있게 담아내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서에도 맞는 재미있는 작품 몇 개를 감상해 볼까요?

     

     

    재치와 재미가 만점인 우리 정서에도 맞는 센류

     

     

     

     

    사랑인 줄 알았는데 (병원에서) 부정맥  

    (이런! 그래도 사랑은 식지 말기를 바라요)

     

    LED 전구 따 쓸 때까지 남아 있지 않을 나의 수명

    (음, 정말 나이가 많이 드셨나 봐요. 젊은 사람은 절대 하지 않을 고민)

     

    세 시간이나 기다렸다 들은 병명 "노환입니다"

    (하나 둘 씩 이런 친구들이 주변에 늘어난다면 당신도 나이가 드신 겁니다) 

     

    개찰구 안 열려 확인하니 진찰권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지만 아무래도 자격지심이 들겠어요ㅠ)

     

    일어나긴 했는데 잘 때까지 딱히 할 일이 없다

    (아주 부자이거나 아니면 아예 돈이 없거나)

     

    물 온도 괜찮냐고 자꾸 묻지 마라 나는 무사하다

    (욕탕에서는 가끔  끙 소리도 내줘야 합니다~)

     

    나름 젊게 입고 나갔는데 자리 양보하니 모두 허사

    (그러게, 개인 기사를 불렀어야죠)

     

     

    나이듦과 인생의 방정식은 늘 수수께끼 입니다

     

     

    글을 마치며,

     

    자, 어떠세요. 센류도 별 것 아니죠. 잠깐 좋은 구절이 생각나면 펜으로 써서 기록하세요.

    사실 거창하게 들리는 문학이란 것도 이런 메모부터 시작되는 거겠죠. 행동하고 느끼고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감명하고. 이런 게 사는 맛이죠.  그렇다고 다음에 소개하는 센류 작가와 같이

    하진 마세요...

     

    종이랑 펜 찾는 사이에 쓸 말 다 까먹었네 

    (일본 유료 실버타운협회 주최 센류 공모전 입상작 중에서. 한국에서 책으로 출판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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